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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윤진민 2023. 6. 12. 17:44

아가, 밥 먹었어? 햇반 떨어지기 전에 미리 말해줘, 바로 주문해 줄게.

엄마가 중학생 땐가 드라마에서 인상에 남는 대사가 있었어. 고두심이 엄마인데 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며 자식들을 키웠지. 큰 딸이 김혜수였는데 유독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녔던 걸로 기억나. 그런데 사내 알력다툼으로 퇴사를 하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딸에게 '집으로 오라고, 엄마가 어떻게 해도 너 밥은 먹일 수 있으니 집으로 오라고'하더라. 어린 마음에도 그 말이 너무 따뜻하고 나한테 한 말이 아닌데도 든든한 마음이 들어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았어.

너 알바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 대사가 생각나더라. 네가 받는 생활비가 쪼들리진 않아도 넉넉하지도 않을 텐데, 타지에서 비상금도 필요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놀고 싶은 나이인데.
엄마가 능력이 많아서 차고 넘치게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좀 무거웠어.

아가, 엄마가 일하고 있고 뭘 해도 너 밥은 먹일 수 있으니 힘들면 엄마집에 와.
돈 필요하면 바로 말하고. 꼭이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