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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윤진민
2024. 2. 19. 09:29
아가, 있잖아... 엄마가 고백할 게 있어. 네가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며칠 전 먹은 카레에 대해 할 말이 있어. 요리할 때 보니까 감자에 초록빛이 좀 돌더라고. 응달에 보관했는데 상자 속에 안 넣어서 그런가? 하지만 싹은 없길래 껍질을 좀 두껍게 깎아서 넣었지.
네가 애기도 아니고, 특별히 알레르기도 없어서...
먹고 나서 엄마의 혀가 살짝 아리길래 독이 생겼구나 했지만 배가 아프지 않아서 그냥 괜찮나 보다 하고 말았어.
근데 다음날 네가 배가 살살 아프다길래 속으로 '뜨끔'하더라.
1. 네 배는 워낙 자주 아프니까
2. 말해주면 네가 의식해서 더 아플까 봐 (원효대사 해골물...)
일단 배에 핫팩을 붙여주고 지켜봤어.
네가 화장실을 두 번째 갔을 때 말할까 했는데, 병원에 갈 정도로 크게 아파하지 않아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지.
평소처럼 컴퓨터와 격앙된 대화를 하며 게임을 열심히 하길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단다.
네가 다 크니까 확실히 키우기(?)가 수월하구나.
아가, 엄마가 미안해. ㅠㅠ
그리고 이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