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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퍼즐
윤진민
2023. 11. 20. 17:46
아기, 밥 먹었어? 거기도 첫눈 왔니? 늙어서 아무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좋더라. 정말 마음은 안 늙나 봐.
엄마는 직소퍼즐이 좋아. 정확히는 그 자리에 맞는 조각을 찾아서 맞출 때, 편안하게 빨려 들어가는 듯한 그 손맛이 좋아. 내 자리가 주는 편안함이랄까?
수많은 조각을 다 채웠다는 대견함, 완성된 그림이 주는 뿌듯함을 만끽하면서 마지막 조각을 맞출 때, 빨려 들어가는 손맛이 극대화되지. 행복의 풍선이 점정 부풀어 오르다 마지막에 터지는 쾌감!
직소퍼즐은 인생과 닮아 있어.
맞는 퍼즐조각을 찾아 계속 맞춰봐야 해. 그러다 내 자리가 맞다면 편안하게 녹아들게 되는 거지.
처음 수많은 조각중 마지막 주인공이 어떤 조각일지는 끝까지 맞춰봐야 알 수 있는 점도 그렇고.
엄마가 이직과 이사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아. 오늘 집 보러 다니다 살짝 과호흡이 오더라. 마치 줄이 끊어진 부표처럼 하염없이 흔들리는 기분이야. 보이지 않는 손이든, 수호령이든 엄마 좀 도와줘서 다 잘 되면 좋겠다.
300피스라도 직소퍼즐 하나 사서 맞춰볼까?
p.s. 아가 보고 싶다. 하지만 전화 안 할 거야. 엄마는 네게 언제나 산같이 굳건한 존재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