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민 2023. 11. 6. 09:18

아가, 밥 먹었어? 쇼핑몰에 엄마카드 할인 들어오면 바로 일용할 양식들을 주문해 주마.

며칠 전 쉬는 날, 스벅에서 밀크티를 테이크아웃해서 엄마가 좋아하는 산책로 벤치에서 홀짝거리고 있었어. 잠시 후 노부부가 산책하시다가 옆벤치에 앉으셨지. 11월 같지 않은 따뜻한 햇살을 그늘에서 만끽하는데, '툭' 소리가 나더라고. 뭐지?하는데 할머니가 다다다 달려가서 뭘 주워오시는 거야. 그곳을 보니 큰 모과나무가 있더라. 벤치로 돌아온 할머니를 보고

할아버지 : 그렇게 좋아?
할머니 : 저절로 떨어진 건 주워가도 되잖아?

암요암요, 할머니가 눈에서 레이저를 쏴서 떨어뜨리신 거래도 전 모른척할 겁니다.

잠시 후, 지나가던 아주머니와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더라. 그 아주머니는 ㅇㅇ엄마인데, □□엄마랑 자주 다닌대. 근데, □□엄마는 운동은 싫어하면서 매일매일 나가 돌아다닌대. 시내도 가고, 시장도 가고. 그리고 오늘 A홍보관에서 달걀을 주는 날 이래.

TMI를 뒤로하고 빈 종이컵을 챙겨 산책로를 되짚어 편의점으로 갔어. 점심 도시락을 사고 편의점 고양이 뚱순이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왔지.

최근 몇 달중 가장 알찬 한 시간을 보냈단다.

p.s. 예전에 편의점 사장님께 고양이 이름을 물었더니 뚱순이라고, 아깽이 때 뚱뚱했대. 황희정승과 농부 일화가 생각나며 귓속말로 속삭여야 하나 순간 고민했지. 그때 뚱순이가 카리스마 있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거든. 근데, 단순히 이름을 말하는 거잖아. 뚱순이를 뚱순이라 부르지 못한다면 황희보다 홍길동에 가까운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