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민 2023. 9. 25. 18:24

아가, 밥 먹었어? 추석 때문에 택배가 늦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평소처럼 잘 오네, 우리나라택배 짱!!

엄마는 최근에 좀 슬픈 일이 있었어. 설거지하다 보니 내가 많이 아끼는 유리컵에 금이 가 있더라. 완전히 깨진 건 아니지만 물을 담기에는 위험할 것 같아. 일단 씻어두긴 했는데 원래 용도로는 못 쓸듯.
그 컵이 25년 전쯤 엄마가 사회초년생일 때, 자취하면서 한창 예쁜 살림 모으면서 샀던 거야. 지금까지 아껴서 잘 썼는데... 2개 세트 중 하나라도 남았으니 다행인가? 일단 뭔가 다른 용도로라도 쓰려고  잘 뒀어.
이거 말고 이가 나가서 못 쓰는 커피잔도 간직하고 있는데 너도 봤을걸? 엄마의 리즈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라 차마 못 버리겠더라고.

나중에 엄마가 죽으면 냇가에다 엄마의 이쁜이들과 같이 묻어달라고 유언할까? 너 애기 때 기저귀랑 이것저것 담아두던 플라스틱 바구니, 앞에 말한 깨진 컵들, 엄마가 경력단절 후 어렵게 취업하고 돈 모아 샀던 반지 등등...  유언장에 목록을 적어둘게, ㅋㅋ.

노안은 이미 오래전에 왔고,
말할 때 단어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고,
움직이면 관절에서 '뚝'소리 나고,
비 오려면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구나, 에휴~

의기소침해진 엄마를 위해 암호를 말해다오, 아가!

p.s 또 '뚱뚱한데?'라고 하면 생필품 안 보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