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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윤진민 2023. 5. 1. 08:30

아가, 밥은 먹었어? 귀찮다고 끼니 거르지 마, 엄마 걱정돼.

엄마가 젊을 때, 좋은 구두가 좋은 데로 데려다준다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도 그런 말 하니? 구두회사의 마케팅이라도 생각하면서도 새 구두를 신으면 그 말이 생각나곤 했지. 엄마가 지금과 다르게 젊었을 때는 워낙 마르고 발도 작아서 기성화에는 맞는 사이즈가 없었어. 운동화는 끈을 조이고 양말로 해결이 되지만 정장구두는 맞춤수제화를 신을 수밖에 없었지.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좋은 데 많이 가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는데...

너 어릴 때는 아기띠 하고 짐 들고 걸어 다녀야 하니 편한 신발만 신고, 너 키울 때는 인터넷에서 가성비 좋은 신발만 샀었지. 네가 다 크고 나니 허리디스크가 생겨 지금은 운동화만 신고 있다.

최근에 인터넷쇼핑몰에서 정말 맘에 드는 하이힐을 봤어. 엄마가 잘 나가던 시절이 생각나고 그 구두가 나를 좋은 데로 데려가줄 것 같아 한참을 바라봤어. 신고 다닐 수는 없지만 가지고 있다가 가끔 집에서 신어볼까? 그러기엔 돈낭비인가? 아니지, 소유자체로 내가 행복하다면?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구두가 날 좋은 데로 데려간 게 아니라 내 발로 스스로 갔었다는 깨달음으로 마무리했단다.

잘 가...  예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