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밥 먹었어? 엄마가 보내준 비타민도 꼭 챙겨 먹고. 넌 야채를 안 먹어서 걱정돼.
엄마는 지난주에 대전에 다녀왔어. 석 달만에 가서 그런가 익숙한 곳인데 낯선 기분이 들더라. 새로운 느낌 들고 나쁘지 않았어. 나 이런 양가감정 좋아, 짬짜면 같은 기분?
법원에 이혼서류 접수하고 아빠랑 커피 한 잔 하고 왔어. 그러고 보니 이혼얘기를 화기애애하게 했네. 향후 일정 상의하고 너 입시과정 얘기, 네 할머니 편찮으신 얘기 했어.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일상적인 얘기 하듯이 편안한 대화가 가능했던 건 네 아빠나 엄마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늙어서 싸울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양육비나 위자료 같은 돈문제가 이미 다 끝났기 때문이지.
우아하고 품위 있게 이혼절차를 마무리하겠지만 너한테는 너무 미안하구나. 잘 사는 모습 보여주지 못했고,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어린 너를 고생시켰어.
아가, 언제나 말하지만 엄마아빠의 이혼에 너는 전혀 책임이 없고, 예나 지금이나 엄마아빠가 너를 사랑하는 건 변함없어. 알지?
울애기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