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유효기간

윤진민 2024. 1. 29. 11:36

아가, 작년 추석 이후로 세 달 반 만에 널 봤는데, 얼굴이 반쪽이 됐더라. 처음 혼자 해보는 이사준비에, 학과일+동아리일로 며칠째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쯧쯧
학교가 시골이고 주변에 가게도 별로 없어서 안 그래도 항상 네 밥이 걱정이었는데, 편의점 or 도시락가게 or 햇반만 먹었다는 말에 엄마가 많이 속상했어.
게다가 가끔 철거 알바일도 했다는데 가슴이 미어지더라.

마침 엄마가 지금 백수라 시간도 되고 너 입대 전까지 길어야 두세 달 정도일 테니 지금부터라도 잘 먹여야겠다 싶어 삼시세끼 메뉴를 바꿔가며 꼬박꼬박 집밥을 해 먹였지, 하다못해 고기랑 야채 넣고 볶음밥이라도.
2~3일에 한 번은 새로 장을 보고 달걀도 판으로 샀단다.

네가 철이 들어 반찬투정 안 하고 주는 대로 잘 먹고, 엄마가 시키는 집안일도 투덜대지만 잘해줘서 힘든 줄 몰랐지. 오랜만이라 '엄마카세'가 할 만했어.

그런데, 이런 생활이 열흘을 넘어가니 저~기 단전아래서부터 뭔가 스멀스멀 올라오는구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도 더 이상 안 하고, 오후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세끼를 다 찾아먹고.

원래 손님의 유효기간이 1박 2일인데 너는 특별히 내 새끼라서 열흘이나 설정해 준 거야!
저...  그런데, 아가?
네가 언제 군대 가는지 엄마가 쬐~끔 궁금하구나...

윤여사, 지금이야말로 마법의 주문이 필요해!
아임 어 굿 마덜!! (feat.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