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밥 먹었어? 가져간 반찬들 다 먹었을 것 같은데, 돈가스나 고등어구이 주문해 줄까?
수평선, 햇살 보는 거(땡볕 아니고 햇살! 밖에서 직접 쐬는 거 말고 안에서 보는 거!), 아기발가락, 커피, 맥주, 목련꽃, 선인장, 고지도, 짱구, 달걀, 옛날통닭, 고양이젤리발바닥, 부드러운 두부, 냉장고자석, 나비...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대체불가, 적재적소, 수익자비용부담의 원칙,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새옹지마, 인과응보, 케세라세라, 낄끼빠빠...
엄마가 좋아하는 말들이야.
며칠 전 꿈에 엄마 안경이 부서졌어, 그것도 아주 산산조각으로. 그 꿈이 인연이 없어지는, 친한 사람과 헤어지는 꿈 이래.
엄마랑 같이 이직했던 친구가 회사를 관뒀어. 엄마가 좋아하는 친구라서 씁쓸하네. 물론 따로 약속 잡고 만날 수 있지만 마음이 몹시 헛헛해.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 좋아하는 말들을 하나씩 꼽아보고 있어, 기운 내려고.
좋아하는 것들에 왜 네가 없냐고? 너는 카테고리 자체가 다르지.
울애기는 엄마삶의 기준점이자 중심이야. 엄마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지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