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밥 먹었어? 이번에 보니 네 얼굴이 핼쑥해진 것 같아 걱정스럽네. 엄마 살 좀 떼주면 서로 좋을 텐데, 그치?
아가, 엄마 꿈은 언덕이 되는 거야.
비빌 언덕.
그리고 구멍도 되고 싶어.
숨 쉴 구멍.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오이시스도 되고 싶고, 대피소도 좋겠다. 그늘도 괜찮고. 쉼터, 완충지대, 베이스캠프...
다 되고 싶다.
내 옆에 두고 삼시세끼 챙겨가며 돌볼 때는 엄마가 네 매니저도 아니고 채무자도 아니라고 목놓아 부르짖었는데, 널 떼어놓고 나니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이 불안하고 문득문득 미안함이 쌓여 가는구나.
엄마는 윤회, 환생이 싫어. 한 번 사는 인생도 이렇게 힘든데 뭘 굳이 또 살아. 20대로 돌아가는 것도 싫어. 그 시간만큼 다시 살아내야 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꼭 다음생을 살아야 한다면 한 번 더 네 엄마로 선택해 줘. 이번생에 미안한 거, 잘못한 거, 못해준 거 다 보상해 줄게.
이번에 아들 했으니까 다음엔 딸 해볼래?